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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무대였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장소였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도시의 풍경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 음식 문화까지 크게 뒤흔든 사건으로, 지금 돌아봐도 서울의 흐름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한국인의 밥상 방송에서 소개된 "서초동 냉면집과 불고기, 종로 생선구이"에 대한 정보는 글 아래에서 따로 확인할 수 있다.
종로 생선구이
정윤수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의 골목과 거리를 헤매며 자랐다고 말한다. 그에게 서울은 책 대신 삶을 직접 가르쳐준 장소였고, 젊은 날의 설렘과 고단함이 차곡차곡 쌓인 개인의 역사 그 자체다.

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정 교수는 군 복무 중 매스게임에 참여하여 개막식 무대를 직접 밟았다. 수없이 반복되던 연습 과정에서 늘 흘러나오던 ‘서울 서울 서울’이라는 노래는 당시 청춘들이 안고 있던 기대와 두려움, 설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화려한 무대 이면에서 터져 나오던 복잡한 감정과, 그 시대 서울이 갖고 있던 묘한 열기를 아직도 마음속에서 잔잔히 되새긴다.
한편 올림픽은 주방도 크게 뒤흔들었다. 당시 호텔에 막 입사한 신참 조리사였던 김송기 셰프(64)와 이승권 셰프(62)는 선수촌과 호텔을 오가며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와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하루하루가 배우고 적응하는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비트로 만든 수프, 양고기 바리야니 라이스, 스트로가노프, 루벤 샌드위치 등 처음 접하는 메뉴들 속에서 두 사람은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막내’ 역할을 하던 두 사람은 이제 호텔 R&D와 조리 부서를 이끄는 핵심 인물로 성장해, 당시 분주했던 주방 풍경과 식재료, 그리고 올림픽이 국내 외식 문화에 남긴 변화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 다른 올림픽의 장면은 유용신 씨(55)의 기억에도 깊게 남아 있다. 그는 개·폐막식에서 각국 선수단의 피켓을 들던 스태프로 참여했으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 캐릭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연습 당시 맡았던 ‘마다가스카르’가 갑작스럽게 불참하게 되어 마음이 무거웠던 일, 결국 ‘우간다’ 피켓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섰던 순간의 벅찬 감정, 그리고 그날 들고 다니며 먹었던 샌드위치의 맛까지 모두가 특별한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서초동 평양냉면&불고기
올림픽은 선수촌이나 경기장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주변 식당가에도 큰 영향을 남겼다. 선수촌의 식단, 경기장에서 제공되던 도시락, 호텔에서 준비된 만찬 메뉴, 그리고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근처 식당들이 내놓았던 냉면과 불고기까지 모든 것이 1988년 서울의 독특한 분위기와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