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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의 우암동을 걷다 보면, 언뜻 평범한 언덕 마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곳곳에 시간이 남긴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이 작은 동네는 시대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고 또 정착하며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품게 된 공간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부산 우암동 4대 전통 밀면집" 정보는 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우암동 4대째 밀면집
일제강점기에는 이 주변에 일본의 소 검역소가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돌아갈 곳을 잃은 귀환 동포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어 한국전쟁이 터지며 피란민이 몰려들었고, 산업화 시기에는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까지 합류해 서로 다른 사연이 하나의 마을로 엮였습니다. 지금의 우암동 소막마을이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복잡한 역사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이 마을을 지켜온 공경식 씨와 이희득 씨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지금도 우암동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흔이 넘은 지금도 마을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홍반장’ 같은 존재이고, 그들이 살아오며 지켜낸 삶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이곳의 음식문화에 녹아 있습니다.


소막마을에서 즐겨 먹던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 이상이었다. 피혁공장에서 버려지던 곰장어를 가져와 연탄불에 구워 먹던 이야기,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 허기를 달래며 만들어낸 밀면 뼈와 내장까지 푹 고아 끓여야 했던 시절에 탄생한 돼지국밥, 배급받은 옥수수와 밀가루로 끓이던 강냉이죽까지 음식 하나하나가 당시 사람들의 생존과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흥남 철수 때 부모님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온 유상모 씨는 현재 3대째 밀면집을 지키고 있고, 그의 아들 유재우 씨가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식탁에는 실향민으로서의 그리움, 세월이 쌓아 올린 이야기가 자연스레 담겨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굳세어라 금순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부산 사람들이 왜 이런 음식을 ‘소울푸드’라 부르는지 절로 알게 된다. 전쟁, 이주, 그리고 고단한 삶을 버텨낸 사람들의 흔적이 음식과 노래 속에 남아 우암동을 더욱 특별한 마을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