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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바다와 멀지 않은 마을 끝자락, 오래된 2층 집에서는 하루가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시작된다.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울 때 부엌 불이 먼저 켜지고, 한맹년(54) 씨는 조용히 앞치마를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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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아침은 반찬 수나 식단보다 사람을 먼저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두 어머니의 얼굴빛은 어떤지, 밤새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말투에 힘은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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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남해 물횟집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일상은 상상하지 못했다. 연세가 들며 골다공증으로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 시어머니 봉순 씨를 집으로 모신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잠시 함께 지내다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사는 일’은 당연한 선택이 됐다.

 

그 무렵 또 하나의 일이 겹쳤다. 친정엄마 문옥 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날 이후 맹년 씨의 하루는 두 어머니의 시간 위에 놓이게 됐다.

 

 

 

 

인간극장 남해 양푼 비빔물회

 

 

특히 밤이 되면 긴장은 더 커진다. 친정엄마는 해가 지면 불안해지는 일몰 증후군으로 갑자기 짐을 챙기거나 집을 나서려 한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안 되는 밤이 이어지지만, 맹년 씨는 혼자서 이 시간을 견디지 않는다. 곁에는 늘 남편 연견 씨가 있다.

연견 씨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의 기저귀를 직접 챙기고, 층계를 오르내리며 두 어머니의 안부를 살핀다.

 

오랜 은행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 몸은 더 고되졌지만, 집 안의 일만큼은 미루지 않는다. 힘들다는 말 대신 “내가 할게”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 집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존재는 딸 언교 씨다. 혈연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가족다운 사이다. 부부는 두 아들을 두었지만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고, 그 시간을 지나 품에 안은 아이가 언교 씨였다.

 

입양 사실을 마주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언교 씨 역시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은 가족 덕분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두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며 집 안에 웃음을 더한다.

맹년 씨는 오랫동안 독거노인을 돌보는 일을 해왔다. 누군가의 하루를 보살피는 일이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삶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점점 깊어지는 친정엄마의 치매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시어머니의 건강을 가까이에서 지키고 싶어서다.

이 집의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 가족은 피보다 깊은 마음으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웃을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힘든 날은 함께 버티며 각자의 속도로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