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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이번 편에서는 장승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한 부부의 이야기 소개한다. 안동 하회마을로 들어서는 길목,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길게 늘어선 장승들이다.

마을을 지키는 듯 굳건하게 서 있는 이 장승들은 모두 한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주인공은 일흔이 넘은 장승 장인 김종흥 씨다. 굵고 선이 살아 있는 눈매와 또렷한 얼굴은 그가 만든 장승들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사노라면 "안동 하회마을 장승쟁이"로 소개하는 김종흥 명인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사노라면 안동 장승쟁이

 

 

백발을 바람에 날리며 힘찬 기합과 함께 나무 앞에 서 있는 그의 하루는 여전히 조각칼과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

 

김종흥 씨는 원래 이발사였다. 가위를 들던 손은 약 40년 전 장승을 처음 접한 뒤 조각칼로 바뀌었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온전히 나무와 함께 흘러갔다.

전국을 다니며 장승을 세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을 알아볼 만큼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뒤에서 힘이 되어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김정숙 씨다.

 

 

 

 

정숙 씨는 남편이 장승에 몰두하는 동안 집안 살림과 농사, 아이들 뒷바라지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다. 남편은 여전히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옛 경상도식 사고를 고수한다.

살림을 돕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정숙 씨의 하루에는 한숨과 탄식이 섞여 나온다. 50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이라 익숙하다고 말하지만, 마음속 서운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김장철이면 그 감정은 더 선명해진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혼자 처리하기엔 체력과 정신이 버겁다. 결국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어렵사리 부엌에 들어온 그는 김치를 버무리기보다 사진만 찍으며 주변을 맴돈다.

말로만 거드는 남편의 모습에 속상함이 쌓이지만, 정숙 씨는 ‘오늘은 조금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를 마음 한켠에 품는다. 김장 당일, 딸과 며느리까지 힘을 보태는 가운데 남편은 외출을 이유로 식사 준비를 부탁하며 또다시 갈등을 남긴다.

한편 정숙 씨에게는 오랫동안 꿈꿔온 바람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평생 남편을 돌보며 느꼈던 허전함 끝에, 알뜰히 모은 돈으로 안동 시내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남편은 그 집을 아내에게 내주었지만, 실제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시골 생활을 고수하는 남편과 아파트 생활을 꿈꾸는 아내, 서로 다른 바람 속에서 오늘도 두 사람의 일상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