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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괜히 속도를 늦추게 되는 장소가 있다. 화려한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감각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데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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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행 – 밀가루가 좋아서 3부" ‘피자와 LP판’에 소개하는 이 작은 피자집은 사람들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게 안에 적힌 한 줄 문구가 마음을 붙잡는다. “LP판을 가져오시면 피자를 드립니다.”

 

한국기행 "진해 LP판 노부부 노포 피자집" 정보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한국기행 진해 LP판 피자집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이지만, 이 집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집 어딘가에 잠들어 있던 음반 한 장이 따뜻한 피자 한 판으로 바뀌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피자집은 어느덧 35년의 시간을 쌓아왔다. 최광열(75)·문혜숙(77) 부부는 가게를 처음 열었던 그 자리에서 지금도 같은 일상을 이어간다.

 

주방을 맡고 있는 문혜숙 할머니는 반죽을 손에 올려 가볍게 돌리며 피자를 준비한다.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양이 잡히는 반죽을 보고 있으면, 말보다 손이 먼저 기억하는 시간이 느껴진다.

 

 

 

 

진해 LP판 복고풍 노포피자

 

 

가게 안쪽에서는 최광열 할아버지가 손님을 맞는다. 주문을 받고 피자가 나오기 전, 테이블 앞에서 직접 치즈를 뿌려주는 모습은 이 집만의 익숙한 풍경이다.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장면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면 또 하나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벽과 선반을 빼곡히 채운 LP판들이다. 손님들이 하나씩 가져온 음반이 모여 지금은 1만 2천 장이 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이곳은 단순한 피자집을 넘어, 음악과 추억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피자를 먹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지난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유행을 좇는 메뉴는 없지만, 이 피자집에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정성스럽게 구워낸 피자 한 판, 손때 묻은 LP판 한 장, 그리고 35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노부부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