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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 소개된 한 부부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제목처럼, 이 부부에게 아기는 정말 ‘기적’에 가까운 존재였다.

아이를 누구보다 좋아해 직업도 유치원 교사를 선택했던 유경희 씨는 19년 전 남편 신동석 씨와 결혼하며 자연스럽게 아이 셋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았다.
결혼 11년 만에 찾아온 첫 임신은 기쁨도 잠시,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끝이 났다. 혈전 문제로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항인지질항체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이후에도 세 번의 유산을 더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경희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를 향한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수십 번의 좌절 끝에, 무려 50회가 넘는 시험관 시술 끝에 올해 2월 다섯 번째 임신이 기적처럼 찾아왔다.
임신 기간은 그야말로 조심 또 조심의 연속이었다. 매일 오후 3시면 혈전을 예방하기 위한 주사를 스스로 허벅지에 놓았다. 멍이 들어도, 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남편 동석 씨 역시 네 번의 이별을 겪은 터라 하루에도 몇 번씩 태동을 확인하며 기도했고, 식사 시간마다 출근길을 되돌아와 아내의 밥을 챙겼다. 친정 부모님 역시 가까이 살며 식사를 나르고 마음을 모아 기도를 이어갔다. 그렇게 가족 모두의 바람 속에서 아기는 세상에 나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년 만에 부부는 아기를 품에 안았다. 이름은 ‘신유엘’. 아빠와 엄마의 성, 그리고 ‘하나님’을 뜻하는 ‘엘’을 더해 지은 이름이다. 처음 수유를 하며 “이제 정말 엄마가 됐구나”라고 말하는 경희 씨의 얼굴엔 벅찬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동석 씨 역시 손끝으로만 느꼈던 태동이 아닌, 실제로 품에 안은 아기의 온기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둘이던 삶은 그렇게 셋이 되었다.


산후조리원을 나와 가장 먼저 간 곳은 행정복지센터였다. 출생신고를 하고, 세 식구의 첫 가족사진도 남겼다. 요즘 동석 씨의 차 뒤에는 ‘19년 만에 찾아온 VVIP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자랑이고 감사다.
하지만 꿈꾸던 부모의 삶은 곧 현실이 됐다. 기저귀 갈기도 서툴고, 쉴 새 없이 먹고 자는 아기 덕분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육아에는 퇴근이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오십이 넘은 아빠는 아기 손톱을 깎을 때도 다초점 안경이 필수가 됐다.

시간이 흐르며 유엘이를 데리고 인사를 다닐 곳도 많아졌다.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시부모님, 먼 태백에서 달려온 누나, 처음 보는 아기 손을 꼭 잡아보는 사촌 언니까지. 말없이 마음 졸이던 가족들은 이제야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임신 기간 내내 식사를 챙겨주던 교회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며, 부부는 받은 마음을 다시 나누고 있다.
유엘이와 함께한 첫 여행, 은행나무길의 냄새마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디를 가든 “19년 만에 낳았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가족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는 일조차 꿈이었다는 경희 씨는, 20년 전 결혼사진 옆에 지금의 가족사진을 나란히 걸며 조용히 행복을 쌓아간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아이. 평범한 하루조차 특별해진 이 부부는, 같은 꿈을 품고 있는 난임 부부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간극장에 출연했다고 했다. 2026년을 앞둔 지금,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을 선물해 준 유엘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유엘아, 와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